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나는 너다

등록 2013-06-23 19:22


나무는 무엇일까? 국어사전의 설명처럼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로 이루어진 여러해살이식물이 나무일까? 한 그루의 나무가 나무이기 위해서는 그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꽃이 없는 나무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흙 속에 적절한 수분과 영양분이 있어야 하고, 목질이 단단해야 적어도 나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무가 나무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들을 다 갖추었다고 치자. 그런데, 만약에, 어느 특정한 나무에 세 들어 사는 벌레와 이끼가 그 나무에 없다면 그 나무를 온전하게 나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세상 모든 나뭇잎을 흔들고 가는 바람이 기이하게 어느 한 나무에만 닿지 않는다면 그것을 우리가 나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무는 자기 혼자서는 어느 한순간도 나무가 될 수 없다. 자기 힘으로는 어떤 공간에서도 나무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자명해진다. 나무에 날아드는 새도 나무라는 것을. 나무 그늘에서 부채를 부치며 쉬는 할머니도 나무라는 것을. 어느 나무의 배경이 되고 있는 무심하기 그지없는 풍경도 사실은 다 나무라는 것을.

혼자 잘나서 출세하고 이름을 얻어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다. 이걸 착각하거나 망각하면 오만해진다. 겉은 멀쩡한데 영혼이 죽은 사람이 된다. ‘너’가 없으면 ‘나’는 없다. ‘나’는 ‘너’로 인해서 지금, 여기, 있는 것이다. 나는 너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한겨레 인기기사>

성매매 여성, 존재를 삭제당한 청춘
지상 다큐 ‘암흑의 9일’...'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재구성
윤창중 사건은 도대체 어떻게 돼가냐고요?
애인에 치를 떤 범인, 이명박 후보가 벌벌 떨다
[화보] 오늘 밤, 초대형 보름달 '슈퍼문'의 지구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