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 끼니때가 되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할 때가 있다.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내게도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음식점을 선택할 때 제일 먼저 바라보는 게 간판이다. 첫째, 식당 규모에 비해 간판 크기가 지나치게 크거나 화려한 곳은 피한다. 그런 집은 없는 맛을 과장하거나 음식의 때깔만 번지르르할 위험이 있다. 간판으로도 모자라 현수막까지 내거는 집도 의심해봐야 한다. 이에 비해 간판의 디자인이나 글씨체가 오래된 식당은 대체로 믿을 만하다. 간판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다는 건 그만큼 식당 경영의 연륜이 쌓였다는 뜻이므로. 둘째, 원조라는 말이 간판에 붙어 있거나 방송에 출연했다는 걸 자랑하는 집도 가능한 한 피한다. 마케팅의 과잉이다. 음식점의 역사와 명성은 손님이 알아보고 잦은 발걸음으로 인정할 때 생기는 것. 주인이 대놓고 떠벌릴 일이 아니다. 셋째, 음식의 메뉴가 수없이 많이 나열되어 있는 식당도 되도록 피한다. 열거법은 때로 궁핍의 반증이다. 뜨내기손님들에게는 환영받을지 모르지만 진실한 맛을 찾는 손님에게는 결례가 이만저만 아니다.
음식을 주문한 뒤에 나는 그 음식점의 화분을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개업 때 선물로 받은 축하화분을 잘 관리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화분에 물을 제때 주지 않아 식물의 잎사귀가 말라가고 있으면 크게 실망한다. 식물의 물관부 하나 축여주지 못하는 식당 주인이 어찌 손님의 허기와 미각을 달래줄 수 있을까.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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