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제비가 날아다니는 까치를 어떻게 잡을까? 족제비는 온몸에 진흙을 발라 머리와 꼬리를 구분할 수 없도록 하고는 마치 말뚝처럼 논둑에 꼿꼿이 선다. 또 다른 족제비가 눈을 감고 죽은 듯 그 밑에 눕는다. 호기심 많은 까치가 와서 누워 있는 놈을 콕 쪼아본다. 누운 놈이 한 번 꿈틀한다. 놀란 까치는 재빨리 말뚝같이 서 있는 놈 위에 앉는다. 그 순간 그놈이 입을 벌려 까치의 발을 덥석 깨문다. 까치는 그때야 족제비의 머리에 앉은 것을 알게 된다.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나오는 이야기다. 청장관은 조선 후기의 문인 이덕무의 호다. 그는 서자 출신이어서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정조가 특별히 아끼던 실학자였다. 정조는 유득공·박제가와 함께 그를 규장각 검서관으로 발탁해 책을 편찬하는 일을 맡겼다. 이덕무의 삶은 책과 떼놓을 수 없다. 추위·더위·배고픔도 모르고 책을 읽는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라 불렀다. 책에 미친 바보라는 뜻. 겨울에는 고서로 이불을 만들고 <논어>로 병풍을 치고 잠을 청했다. <청장관전서>를 읽다가 보면 그의 박학다식과 관찰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문학·역사·철학·경제는 물론이고 식물과 조류와 같은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은 끝이 없다. 풍습이나 민간요법도 이덕무의 붓을 거치면 시가 되는 듯하다. 나는 이덕무의 책에서 대여섯 편의 시와 동화를 얻었다. 그는 내가 문장을 훔친 걸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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