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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 은행나무

등록 2013-07-03 20:08

은행나무는 활엽수일까, 침엽수일까? 잎이 넓적한 걸 보고 활엽수로 대답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론상으로는 침엽수로 분류하기도 한다. 은행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는 부채 모양으로 퍼진 바늘 같은 잎맥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나무의 분류학적 위치는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니라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은행나무가 지구상에 1과 1속 1종만이 존재하는 나무라는 것. 자신과 엇비슷한 친족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은행나무는 2억년 이상 지구에서 자라왔다.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지금은 가로수로 흔히 심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절이나 서원 같은 특별한 곳에 심어 경배하던 나무였다.

은행나무의 원산지는 중국 저장성 서남쪽이다. 유럽 쪽으로 건너간 지는 250년쯤 된다 한다. 괴테가 살던 시대에는 독일에 은행나무가 없었다. 대문호이자 식물분류학자이기도 했던 괴테는 동양서적을 탐독하던 중에 은행나무를 발견했다. 그가 마리아네와의 연애에 빠져 있을 때였다. 괴테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에 은행나무 이파리를 그려 넣었다. “은행나무 이파리 끝은 비록 갈라져 있지만 한 장이듯이 당신과 나 역시 둘이면서 하나지요.” 이 러브레터로 60대 노년의 괴테는 젊고 아름다운 마리아네를 연인으로 얻었다.

악취를 풍기는 은행열매를 떨어뜨리는 통에 광화문 세종로에서 은행나무 암나무를 앞으로 만나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가지가 삐죽한 수나무들이 얼마나 외로울까.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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