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전주로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오장환 시집 <병든 서울>의 필사본이 발견되었다. 버스 안내원의 신고에 의해 경찰은 군산제일고 국어 교사 이광웅이 제자에게 시집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른바 ‘오송회’ 사건의 서막이었다. 1982년 겨울, ‘고교교사 불온서클 적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신문 사회면을 채웠다. “용공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기도한” 거대한 간첩단을 ‘일망타진’했다는 내용. 이 사건은 2008년 재심에서 고문에 의한 조작 사건으로 판명이 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6년 만의 일이었다. 주모자로 몰렸던 이광웅 시인은 이미 저세상 사람이었고, 이 사건에 관계된 분들과 가족들의 삶은 피폐해진 뒤였다.
이광웅 시인이 출옥한 뒤 술자리에서 자주 만났다. 그이의 눈은 맑았고, 웃음은 풀잎 같았으며, 어깨는 낮았다. 누가 뭐래도 어쩔 수 없는 시인이었고, 성실하고 자상한 교사였다. 조금은 게으르고 낭만적인 자유주의자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세상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온한’ 사람으로 비춰졌는지도 모른다. 나는 시인을 모티프로 ‘군산 동무’라는 시 한 편을 쓰기도 했고, 생전에 시인이 즐겨 부르던 노래들을 술집에서 녹음해 두기도 했다. 혹시 군산 금강 하굿둑을 가게 되거든 이광웅 시비를 찾아볼 일이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는 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볼 일이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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