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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집필실

등록 2013-09-01 19:06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할 때 작가들은 집필실을 찾는다. 이름을 알 만한 작가 중에는 오피스텔을 개인 집필실로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자치단체나 문인단체에서 지원하는 공간으로는 강원도 백담사 만해마을과 원주의 토지문화관, 서울의 연희문학창작촌이 대표적이다. 제주의 마라도 창작스튜디오는 유배 가듯 짐을 싸서 들어가는 곳. 최근에는 과학도를 기르는 카이스트에서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을 쓰기 위해 절을 찾는 작가들이 있었다. 세속의 번잡함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면서 자신의 내부를 간섭받지 않고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 절이다. 그동안 절에서 잉태해 한국문학에 큰 족적을 남긴 작품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산사라는 공간이 작가에게 집필 장소만을 제공했을까? 절을 감싸고 있는 산과 그 고요의 능선들이 없다면 작가들은 굳이 그곳을 작업 공간으로 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상적인 집필실은 글쓰기라는 노동 이외에 사색과 휴식을 함께 얻을 수 있는 곳이 제격인 듯싶다.

전주 근교의 농가를 구입해 출퇴근하듯이 드나든 적이 있었다. 비 오는 날이면 펜을 놓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에 귀를 열어두곤 했다. 방 안에서 빗소리만 듣고도 무슨 비가 내리는지 알아맞힐 수 있었다. 마당에 갑자기 말발굽 소리가 나면 지붕 위로 소나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톡톡 처마 끝에서 비가 떨어지면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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