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 적기 시작했는데, 그게 시가 되더라. 시인 이정록의 말이다. 어머니는 충남 홍성에서 논밭에다 절하며 살고, 아들은 아산에서 한문교사로 산다. 글 못 배운 어머니의 말씀이 글 배운 아들을 깨우친 것. 명민한 아들이 놓칠 리가 없다. <어머니학교>라는 시집을 2012년 가을에 냈다. 어머니 연세에 맞추어 72편을 담았다. 혈연끼리는 대체로 자랑거리는 과장하고 허물은 덮으려고 한다. 시인은 다르다. 공도 과도 다 시가 된다. “한숨도 힘 있을 때 푹푹 내뱉어라.” 무슨 일로 상심한 아들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힘을 쏟아붓는다. 모든 자식에게 어머니는 학교다. “돼지 집에 돼지만 살데?/ 병아리도 들락거리고 참새도 짹짹거리고./ 본시 내 집이란 게 어디 있냐?” 집을 가진 사람들 부러워하지 말라고, 까치며 말벌처럼 집은 버리는 거라고, 아들을 다독이는 어머니.
시인은 내친김에 <아버지학교>도 출간했다. 아버지는 쉰여섯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56편을 실었다. 세월에 의미를 부여하는 거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지금 살아계신 어머니보다 흐릿할 것이다. 아버지를 시적 화자로 등장시켜 말을 하는 시인도 어느 틈에 아버지가 되었다. “아들이 커서 아버지의 구두를 신고/ 아버지의 옷을 걸치고 외출하기 시작하면/ 아들 방에 들어가 아들의 이불을 덮고/ 아들의 베개를 베고 한숨 푹 자거라./ 아들은 이제 한 걸음씩 멀어질 게다/ 멀어지는 모든 것은 다 가까웠던 것이지.”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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