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딱 한 번밖에 먹어보지 못한, 앞으로도 맛볼 수 없을 것 같은, 잊을 수 없는 버섯이 있다. 가을로 접어든 어느 날, 재 너머 밭에 갔다 오신 외할아버지는 희한하게 생긴 버섯을 두어 개 따왔다. 외갓집 뒷산 참나무 숲에서는 볼 수 없었던 버섯이었다. 깊은 산속 소나무 밑에서 자란다고 했다. 한 뼘이나 되는 길쭉한 막대기 같았는데 만져보니 말랑말랑했다. 그거 참, 말 자지처럼 생겼네. 장터에서 짐을 나르던 말이 잠시 쉴 때 그걸 본 적이 있었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외할머니는 울타리 쪽으로 가시더니 호박잎을 몇 장 따왔다. 그 버섯을 호박잎에 싸서 아궁이의 짚불 속에다 넣었다. 호박잎에 싸는 것은 태우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때마침 가마솥에서 밥 익는 냄새가 외갓집 부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생전 처음 보는 이 버섯이 익기를 기다렸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외할머니가 짚불 속에서 꺼낸 호박잎을 펼치자 노릇하게 익은 버섯이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한입에 덥석 먹고 싶었지만 약간의 인내가 필요했다. 외할머니는 버섯을 잘게 찢어 기름소금에 찍은 다음 입에 넣어주셨다. 아, 그때 콧속으로 훅 들어오던 버섯 향기와 짚불 냄새! 나는 그 냄새를 오물거리고 있었다. 송이버섯을 처음 만난 날이었다.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강원도 양양, 경북 봉화와 울진에서는 송이버섯 축제가 열린다. 가을에 모처럼 호사를 누릴 기회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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