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전어’라고 하면 왠지 더 군침이 도는 전어. 제철을 넘겨 10월 중순 가을이 깊어지면 전어의 뼈가 강해진다. 바다에서 많이 잡히지도 않을뿐더러 찾는 사람들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전어가 완전히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집 처마 그늘에 놓인 항아리에 전어속젓이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밴댕이와 전어 같은 물고기는 내장이 그리 크지 않다. 속 좁은 사람을 오죽하면 ‘밴댕이 속’이라 했겠는가. 전어의 내장은 위와 창자까지 겨우 엄지손톱 크기만 할까? 생선젓갈 중에 나는 뭐니 뭐니 해도 전어속젓을 으뜸으로 친다. 말 그대로 전어의 내장으로 만든 젓갈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전어밤젓’이나 ‘돔베젓’으로 부르기도 한다.
십수년 전 전남 장흥의 바닷가 회진포에 갔을 때 전어속젓을 처음 만났다. 식당에서 노란 배추 속잎에 찍어 먹은 전어속젓은 쌉싸름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특이했다. 이 맛에 매료되어 작은 병에 든 젓갈 한 통을 사서 집으로 왔다. 식구들은 쓰디쓴 맛이 혀에 닿자 얼굴을 찡그리며 다들 뱉어냈다. 잘못 사온 건가? 내가 먹어봐도 쓰고 비린 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숙성이 덜 된 젓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어속젓은 냉장고 속에서 오래 잠을 잤다. 두세 달이 흘렀을까. 나는 뜨거운 흰밥에 올려 먹으면 좋다는 전어속젓에 다시 도전했다. 아, 처음에 밥과 함께 씹을 때는 쓰지만 씹을수록 단맛이 입안에 고이는 그 맛! 전어속젓만 한 눈송이가 내리던 날이었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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