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사과나무

등록 2013-09-30 19:19

남쪽에서는 사과나무를 보기 힘들다. 지구가 더워진 탓이다. ‘국광’이나 ‘홍옥’과 같은 품종을 기르던 대구도 사과 산지로서 이름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사과나무의 북방한계선은 훨씬 위쪽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봉화, 문경, 안동, 예천을 비롯한 경북 북부 지역과 경남 거창, 전북의 장수 등이 최적지로 손꼽힌다. 전라북도 장수군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섭씨 10.8도, 연간 강수량이 1430㎜로 적당한데다 일교차가 커 사과를 기르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군에서는 봄에 일반인들에게 사과나무를 분양해주는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내 사과나무를 갖게 되면 사과가 익는 9월 초부터 10월 말 사이 직접 수확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그때는 한 그루당 30㎏의 사과를 딸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

2009년 봄에 나는 평양을 다녀왔다. 평양 근교 역포구역 능금동에 사과 묘목 1만주를 심기 위해서였다. 장수군에서 기른 어린 묘목을 인천항을 통해 이미 보낸 뒤였다. 4년 후에는 이 사과나무에서 100개의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다는 말에 나는 미리부터 들떠 있었다. 사과나무를 심게 될 10㏊의 언덕은 원래 자두나무가 심어져 있었다는 붉은 황토였다. 우리는 이 사업을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확대해간다는 협의를 끝내고 남쪽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남북관계는 급변했고, 평양의 사과농장에 갈 수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평양 사과나무의 사과를 한입 베어 물어볼 날은 언제일까.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