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는 사과나무를 보기 힘들다. 지구가 더워진 탓이다. ‘국광’이나 ‘홍옥’과 같은 품종을 기르던 대구도 사과 산지로서 이름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사과나무의 북방한계선은 훨씬 위쪽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봉화, 문경, 안동, 예천을 비롯한 경북 북부 지역과 경남 거창, 전북의 장수 등이 최적지로 손꼽힌다. 전라북도 장수군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섭씨 10.8도, 연간 강수량이 1430㎜로 적당한데다 일교차가 커 사과를 기르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군에서는 봄에 일반인들에게 사과나무를 분양해주는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내 사과나무를 갖게 되면 사과가 익는 9월 초부터 10월 말 사이 직접 수확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그때는 한 그루당 30㎏의 사과를 딸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
2009년 봄에 나는 평양을 다녀왔다. 평양 근교 역포구역 능금동에 사과 묘목 1만주를 심기 위해서였다. 장수군에서 기른 어린 묘목을 인천항을 통해 이미 보낸 뒤였다. 4년 후에는 이 사과나무에서 100개의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다는 말에 나는 미리부터 들떠 있었다. 사과나무를 심게 될 10㏊의 언덕은 원래 자두나무가 심어져 있었다는 붉은 황토였다. 우리는 이 사업을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확대해간다는 협의를 끝내고 남쪽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남북관계는 급변했고, 평양의 사과농장에 갈 수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평양 사과나무의 사과를 한입 베어 물어볼 날은 언제일까.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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