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휴대폰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나이가 적은 아이들일수록 더 경악스러워한다. 그럴 때면 나는 잠시 원숭이가 되는 척한다. 가끔 학교 연구실에서 집으로, 혹은 집에서 연구실로, 두어 번의 연락을 거친 후에 연결이 될 때마다 불평이 쏟아진다. 내가 하나 사줄까 하고 답답해서 묻는 분들도 있다. 남들이 사주는 휴대폰을 다 모았더라면 스무개는 훨씬 넘을 것이다. 휴대폰을 가져서 생기는 편리함보다 휴대폰을 가지지 않아서 생기는 불편함을 앞으로도 나는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속으로부터의 자유가 얼마나 달콤한지 나는 아니까.
아프리카의 콩고에는 전세계 ‘콜탄’의 80%가 매장되어 있다. 콜탄은 하찮은 광물로 취급받다가 최근에 ‘검은 금’으로 부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콜탄은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탄탈’의 원료다.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은 콩고 내전에서 콜탄은 살상무기를 사들이는 자금으로 이용되었고, 이것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세계적 희귀동물인 고릴라의 서식지가 무참하게 파괴되었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북센스)에 나오는 이야기다.
휴대폰이 없다고 사람 관계가 한순간에 끊어지지는 않는다. 그래, 이 기회에 고릴라가 미워하는 휴대폰을 내던져버리면 어떨까? 그건 지구상의 멸종 동물을 보호하는 거룩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엥? 지구는 망해도 휴대폰은 절대 버릴 수 없다고?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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