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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글쓰기

등록 2013-10-08 19:06

우리 어머니는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분이다. 그렇지만 군대에 간 외삼촌에게 편지를 쓸 때는 꼭 내게 받아쓰라고 시키셨다. 나는 방바닥에 엎드려 어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편지지에 또박또박 받아 적었다. 그사이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어룽거렸다. 어머니가 볼펜을 들고 편지를 썼다면 아마 목이 메어 두 문장을 쓰기 힘들었을 것이다.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는 아들이 감동적인 시를 한창 발표할 때 글을 읽지 못하셨다고 한다. 여든을 훨씬 넘긴 최근에야 문장을 쓰는 법을 제대로 익혔다. 연세 드신 어머니가 쓰는 몇 줄의 글이 아들의 눈에는 전부 놀라운 시로 보인다고 한다.

문맹자가 많던 시절에는 면사무소 부근쯤에 대서소라는 게 있었다. 각종 행정서식을 대신 써주는 곳이었다. 그 시절에는 기자나 작가처럼 글을 잘 쓰는 명문장가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누구나 글을 읽고 쓰는 글쓰기의 대중화 시대가 온 것이다.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하나로 통합하고 갈무리하는 행위가 글쓰기라면 이제는 글쓰기로 인생을 승부할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전문적인 글쓰기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글쓰기는 자신의 글로 독자라는 타인을 물들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문학적인 글이든 실용적인 글이든 마찬가지다. 그걸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당장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 보내는 일 하나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 그것도 소중한 글쓰기의 하나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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