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은 경북 봉화에서 발원하는 낙동강의 지류다. 영주와 예천을 거쳐 106.29㎞를 흐른 뒤 삼강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넓은 유일한 모래하천 내성천이 죽어가고 있다. 상류에 4대강 공사의 하나로 영주댐이 건설되고 있는 것. 나는 환경전문가가 아니지만 인위적으로 설치한 댐이나 보가 하천의 환경에 얼마나 해가 되는지는 안다. 영주댐은 소백산 계곡에서부터 생산되는 토사들을 가로막아 댐 밑바닥을 온통 진흙으로 바꿀 것이다.
나는 내성천이 내려다보이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 스무살 때 쓴 시 ‘낙동강’은 사실 내성천의 이미지를 빌려온 것이다. 어릴 적에 맨발로 내성천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목화밭과 고욤나무가 있었다. 고향 사람들은 강변을 ‘갱빈’이라고 불렀다. 금모래 속에 몸을 묻고 놀다가 지치면 모래무지가 보이는 물속에 뛰어들었다. 여름 홍수 때를 제외하고 강물은 늘 내 허벅지 높이만큼 흘렀다.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르는 법이 없었다. 할머니를 따라 내성천을 건너 예천장까지 걸어가는 날도 있었다. 큰물이 질 때는 멍석말이하는 것처럼 붉은 물결이 밀려왔다는 말, 아버지가 장에 내다 팔 땔감을 지고 건너기도 했다는 말, 여기서 잡은 ‘가을고기’는 맛도 좋다는 말…. 올가을에 만난 내성천은 울상이었다. 모래가 반짝이고 있어야 할 백사장에 이미 퇴적물이 쌓여 듬성듬성 갈대밭을 이루고 있었다. 몹쓸 인간들아, 영주댐 공사를 당장 중단해라.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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