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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억새와 갈대

등록 2013-10-16 19:20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고복수의 노래 ‘짝사랑’이 귀에 쟁쟁거릴 듯한 가을이다. 여기서 ‘으악새’가 문제다. 식물로서 ‘억새’라는 의견과 새의 하나인 ‘왜가리’라는 의견이 부딪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억새’의 경기 방언이라고 나와 있으나 ‘왁새’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왁새’는 ‘왜가리’를 가리키는 북한말인데 ‘뻐꾸기’의 제주 방언이기도 하다. 확실한 답은 없다.

어쨌거나 억새의 계절이다. 억새는 억세기 때문에 억새다. 길쭉한 잎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는 것이다. 자칫 잘못 만졌다가는 손을 벨 수도 있다. 억새는 손가락 굵기의 뿌리줄기가 땅속에서 옆으로 퍼져 자란다. 산간지방에서는 줄기와 잎을 베어 지붕을 이는 데 쓴다. 억새에 비해 마디가 짧은 걸 ‘물억새’라고 한다. 뿌리줄기가 땅 위를 기어가면서 자라는 ‘달뿌리풀’과 울릉도 통구미에서만 자란다는 ‘큰달뿌리풀’도 억새와 흡사하다. 억새는 산과 들에 골고루 자라지만 강변이나 바닷가 개흙지대에서 많이 자라는 게 갈대다. 억새는 이삭(꽃)이 은빛인데, 갈대는 갈색이다. 줄기가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어 갈대다.

한 떼의 처녀들이 가을 햇볕을 쬐러 나왔다고 치자. 머리를 감고 곱게 분을 바르고 나온 이가 억새라면 머리를 감지 않고 화장도 하지 않고 부스스한 얼굴로 나온 이는 갈대다. 당신은 누구하고 사진을 찍고 싶은가? 저물 무렵 햇볕 속에 서 있는 그녀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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