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25일, 소련군은 서울에서 신의주를 운행하는 경의선 철도를 차단했다. 소련군은 금교역과 신막역에 군인을 배치해 38선 아래로 남행하는 열차의 운행을 일시에 막았다. 이어 9월9일 미군이 서울에 진주한 이후에는 육로가 끊기고, 전기와 전화가 끊기고, 편지의 왕래가 중지되었다.
일본이 철도부설권을 빼앗아 공사를 강행한 경의선은 1905년 개통되었다. 총길이 486㎞. 경의선은 남으로 경부선과 연결되고 북으로는 중국의 창춘(장춘)까지 이어졌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갈아타고 파리까지도 달릴 수 있었다. 서울, 신촌, 수색, 능곡, 일산, 금촌, 문산, 장단, 봉동, 개성, 토성, 여현(려현), 계정, 금교, 한포, 평산, 남천, 물개, 신막, 서흥, 흥수, 청계, 마동, 신풍산, 사리원, 계동, 심촌, 황해황주, 흑교, 중화, 역포(력포), 대동강, 평양, 서평양, 서포, 간리, 순안, 석암, 어파, 숙천, 만성, 신안주, 맹중리, 영미, 운전, 고읍, 정주, 곽산, 노하(로하), 선천, 동림, 차련관, 남시, 양책, 비현, 백마, 석하, 신의주……. 이런 이름을 달고 있는 역들은 과거형으로 남아 있다. 현재 경의선 철도를 타고 우리는 서울에서 문산까지 46㎞만 갈 수 있다. 북한에서는 평양에서 부산까지 평부선이라는 이름으로 개성까지 운행하고 있고, 평양에서 신의주까지는 평의선으로 부른다. 2년 전 별세한 한준기 선생은 증기기관차를 몰던 마지막 경의선 기관사였다. 케이티엑스가 빠르다 해도 우리는 증기기관차의 시절 이전에 멈춰 서 있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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