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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해장국

등록 2013-10-29 19:02

내가 만나본 술꾼들은 대체로 술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마시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즐겨 찾는 해장국은 취향이나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서울에는 청진동 해장국, 부산에는 대구탕, 대구에는 따로국밥, 청주에는 올갱이탕, 전주에는 콩나물국밥이 유명하다. 제주도의 몸국이나 전갱이로 끓인 각재기국은 제주에 가야만 맛볼 수 있다. 통영의 시락국은 생선뼈를 고아 시래기를 넣고 끓이는데 새벽시장에서 금방 사온 회를 곁들여 먹는 게 특이하다. 강이나 시내를 끼고 있는 곳에서는 민물 어탕집이 많고, 바다를 끼고 있는 곳에서는 겨울철에 물메기탕을 파는 음식점이 많다.

매생이는 남도의 바닷가에서 겨울철에만 채취하는 녹색 해조류의 하나다. 식초를 쳐서 무쳐 먹는 파래나 감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것들보다 굵기가 훨씬 가늘다. 국을 끓이면 끈적끈적해지는데 숟가락으로 후룩후룩 소리 내며 떠먹을 수 있을 정도로 걸쭉해진다. 전남 강진의 백련사에 갔다가 매생이국을 처음 만났다. 입에 넣고 고기처럼 씹을 수 있는 건더기도 아니고, 맑은 국물도 아닌 푸른 것이 그릇에 가득 담겨 있었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술을 마신 터라, 나는 이게 도대체 뭔가 싶어 그냥 한 숟가락 떠먹었다. 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남도의 싱그러운 냄새가,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 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 거다. 싱싱한 굴과 함께 끓인,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린 뜨거운 매생이국이 삼삼해지는 계절이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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