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시를 눈치 보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1987년이었다. 영남대 이동순 교수가 <백석시전집>(창비)을 엮어낸 것이다. 이 시집은 독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88년 공식적인 해금조처를 발표하기 1년 전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우리는 평안도 방언을 주축으로 하는 낯선 북방언어와 대면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추가로 발굴된 백석의 시와 산문들이 여럿 출간되었다. 원광대 김재용 교수가 엮은 <백석전집>(실천문학사)은 수필·평론·소설뿐만 아니라 해방 후 백석이 북한에서 발표한 작품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백석 시의 원본과 함께 정본을 수록한 책은 고려대 고형진 교수의 <정본백석시집>(문학동네)이다. 여기서 정본이란 방언을 살리면서 오자와 탈자를 고쳐 읽기 편하게 표기를 바로잡은 것.
백석 시집에는 시어에 대한 설명이 각주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친절한 것까지는 좋은데 오류도 몇몇 눈에 띈다. 평북 방언의 해석이 빗나간 것이다. ‘주막’이라는 시에 나오는 “호박닢에 싸오는 붕어곰”은 붕어를 오래 곤 국이 아니다. 북한에서는 ‘찜’을 ‘곰’이라고 한다. ‘박각시 오는 저녁’이라는 시에 ‘바가지꽃’은 박꽃이 맞지만 ‘흰 바람벽이 있어’에 등장하는 ‘바구지꽃’과 같지 않다. 바구지꽃은 미나리아재비꽃을 말한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에는 ‘달재 생선’이 나오는데 ‘달강어’라는 해설이 따라다닌다. 그러면 어물전에서 보기 어렵다. ‘장대’라고 해야 쉽게 찾는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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