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시인과 작가들에게 책을 내고 싶은 출판사가 어디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마 1970년대부터 문단을 이끌어온 ‘창비’와 ‘문학과지성’에다 이제 창립 20주년이 된 ‘문학동네’를 손꼽을 것 같다. 앞의 두 출판사가 우뚝한 양대 산맥이라면 ‘문학동네’는 새로 솟아오른 봉우리쯤 될 듯하다. 오늘의 한국문학을 말할 때 이제 이 출판사를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1993년에 열명 안쪽의 직원으로 출발한 ‘문학동네’는 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문학동네출판그룹’으로 성장했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은 현재 200명이 넘고, 연간 매출이 4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출판 불황의 시절에 이른바 문학출판의 ‘빅3’로 급성장하게 된 배경이 뭘까? 그건 계간지 <문학동네> 창간 이후에 각종 공모전을 통해 내로라하는 유능한 작가들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의욕적이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작가들을 대우하고 독자들에게 소개한 결과다. 실력 있는 신진작가라 할지라도 발표지면이나 출판사를 잘 만나지 못하면 작가로서 화려하게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작가에게 출판사는 우물의 두레박줄 같은 곳. 작가의 생산물을 지상으로 퍼 올려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곳이 출판사인데, ‘문학동네’는 이들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이어왔다. 소설가로서 은희경, 전경린, 박민규, 김영하, 조경란, 천명관, 박현욱 같은 이름들은 이제 눈부시다. <문학동네>를 발판으로 한국문학의 간판이 된 작가들이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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