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현대문학>에게

등록 2013-12-15 19:10

까까머리 고등학교 시절이었어. 나는 용돈이 생기면 헌책방에서 너를 한두 권씩 사서 모았지. 우리 문학사를 수놓은 빛나는 시인과 작가들의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설렜지. 등단을 하고 나서 네가 원고청탁서를 처음 보내왔을 때 내가 얼마나 공중으로 뛰어올랐는지 너는 아니? 하늘이 그리 높지 않더라고! 매년 1월호에 싣는 문인주소록에 내 이름이 처음 올랐을 때도 그랬을 거야. 내 이름이 난다 긴다 하는 문단의 대가들과 나란히 박혀 있었거든. 1955년에 태어난 너는 말 그대로 국내 최장수 문예지잖아. 한국문학의 자존심이잖아. 가끔 원고료가 생기면 나는 오래전부터 꼬박꼬박 정기구독비로 냈지. 너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싶었던 거야.

 왜 이렇게 되었니? 서정인 선생님의 소설을 두 차례나 연재하고 나서 왜 세 번째 원고를 싣지 못하겠다고 했니? 소설에 박정희를 묘사하면 안 되는 거니? 이제하 선생님 원고는 왜 첫 회부터 거부했니? 소설에 ‘박정희 유신’과 ‘87년 6월 항쟁’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안 되는 거니? 이러는 거 아니다. 우리 문단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들의 글을 이렇게 막무가내 찍어내서 무슨 덕을 보려고? 그리고 정찬 선생님 소설도 연재하기로 해놓고 발행인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했다고? 정치적 색채 때문이라고? 그래, 9월호에 수필가 박근혜의 글을 실으며 찬양한 일은 참으로 순수한 의도였구나? 너 정말 이러는 거 아니다. 작가의 영혼을 이렇게 짓뭉개는 게 아니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