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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겨울나무

등록 2013-12-16 19:08

겨울 산에서 빨간 찔레 열매를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찔레 열매는 한자말로 ‘영실’(營實)이라 한다. 김신용 시인이 이 한자의 뜻에 착안해 쓴 시가 있다. 찔레가 공중을 나는 새들의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일부러 열매를 빨갛게 색칠해 놓았다는 내용이다. “새의 날개가 유목의 천막인 열매/ 새의 깃털 속이 꿈의 들것인 열매” 찔레 열매는 새의 배고픈 뱃속에 들어가서 살을 다 내주고 단단한 씨앗 하나만 남겨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눈 덮인 산에서 만나는 붉은 열매는 꽃보다 반갑다.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산수유다. 사람들이 따가지 않으면 이듬해 봄까지도 떨어지지 않을 듯하다. 이밖에 산길에서 붉은 열매를 단 나무들을 만나면 팥배나무거나 산사나무거나 이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열매를 달고 있지 않은 나무는 그러면 어떻게 구별하나? 단풍나무과의 식물들은 시들어버린 잎을 끝까지 몸에 매달고 겨울을 나는 것들이 많다.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복자기나무가 그렇다. 이들은 시과(翅果), 즉 날개 단 씨앗을 달고 있다. 프로펠러 모양의 얇은 막 속에 씨앗이 들어 있는 것이다. 바람이나 물을 타고 되도록 멀리까지 날려 보내려는 의도 때문이다.

또 수피(나무껍질)를 보고 나무를 구별하기도 한다. 자작나무는 온통 껍질이 하얗고, 노각나무나 모과나무는 버짐처럼 얼룩덜룩하다. 까치박달나무는 다이아몬드 무늬가 새겨져 있고, 다릅나무 껍질은 돌돌 말려 있는 게 특이하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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