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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권정생

등록 2013-12-23 19:06

2007년 권정생 선생님이 세상을 뜨시기 전에 몇 번 찾아뵌 적 있다.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 7번지. 빌뱅이언덕 아래 외따로 웅크리고 있는 집.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는 갈 때마다 마음으로 반성문을 써야 했다. 겉보기에 나는 물질적으로 가진 게 너무 많았고, 선생님은 늘 그대로였다. “도현이, 니는 그걸 어예 생각하노?” 예민한 현실 문제일수록 언제나 선생님이 먼저 명쾌한 답을 내놓으셨다. 그때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매우 준열했다. 비폭력, 비타협주의자 고집쟁이 할배!

평생 자신은 덜 먹고 덜 입어도 세상이 평화롭기를 염원했다. 선생님은 고스란히 모아둔 12억원의 원고료와 책의 인세를 어린이들에게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후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만들어졌고, 재단은 북한 어린이 급식 지원, 어린이사과농장 지원, 우유 보내기 등의 사업과 소외지역 공부방 도서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이건 선생님이 모르는 이야기다. 동화 <강아지똥>과 <몽실언니>가 각각 100만부를 돌파했다는 것, 해마다 새로 발생하는 인세 1억2000만원을 투명하게 재단에서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 안동시에서 일직면 남부초등학교를 개조해 ‘권정생동화나라’를 새로 꾸몄는데 내년 봄쯤에는 문을 열 계획이라는 것.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던 권정생 선생님, 내년 봄에 25살 총각으로 돌아와 주세요. 두세 살 적은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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