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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이종민

등록 2013-12-29 19:15

대학의 영문과 교수인데 전통문화를 일구는 현장에 마티즈를 타고 자주 출몰한다(공부만 할 일이지 발도 넓다). 고향집에 매실나무 수십 그루를 심어 매실주를 담근다(그것도 문전옥답에다). 그걸 혼자만 마실 일이지 사람들을 불러 작은 음악회를 열고 고기를 굽고 술을 따라준다(이쯤 되면 노는 게 직업인가 의심스러워진다). 전주 시내에 아파트를 두고 고향집 뜰에 ‘화양모재’와 ‘유연당’ 두 채를 뚝딱 앉혔다(퇴직 후에 아예 목수로 나설 작정이신가?). 하얗게 센 머리로 막걸리집에서 흥이 올라 춤을 출 때도 있다(그러나 시국선언 교수 명단에는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이종민 선생 이야기다.

그이와 개성 나무심기 행사에 함께 참여한 적이 있다. 이종민 선생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북녘 산하를 둘러보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처럼 헐벗은 산에다 소나무 묘목을 열심히 심었다. 그리고 카메라로 낯설고 신기한 풍경들을 촬영하는 데 열중했다. 그게 결국은 탈이 나고 말았다. 카메라 렌즈 때문에 북쪽 출입국관리소에 덜컥 덜미를 잡히고 말았던 것. 우리 일행을 태운 관광버스를 세워두고 그이는 생애 최초로 ‘군관동무’와 기를 겨루는 일전을 치렀다. 결국 반성문을 써내는 것으로 작은 소란은 막을 내렸지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종민 선생도 반성문 쓸 때가 있다네! 선생이 11년 전부터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해 꾸려오고 있는 ‘동지모임’의 총 기부액이 어느새 1억을 넘어섰다 한다. 참 대단하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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