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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제주공항

등록 2014-01-05 18:44

제주국제공항은 예전에 정뜨르비행장이라 불렀다. 일본이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중국 본토를 겨냥해 건설한 공항이었다. 남쪽의 송악산 부근에는 알뜨르비행장이 있었는데 일제 당시의 격납고들이 지금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다. ‘뜨르’는 제주 방언으로 넓은 뜰이라는 뜻. 제주공항 지역은 4·3 최대의 학살지로 꼽힌다. 다행히 몇 해 전 ‘제주공항 4·3 집단학살지 유해발굴’ 작업이 남쪽 활주로 인근에서 이뤄져 259구의 유해를 찾아냈다. 그동안 두 차례의 대규모 제주공항 공사로 땅을 파헤칠 때 유해가 뒤섞여 훼손된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와 함께 탄피, 수저, 단추, 허리띠와 같은 유류품 1000여점을 수습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전후 공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총살되어 암매장된 유해들은 일부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주검들이 활주로 밑에는 더 있을지 모른다.

제주의 시인 김수열은 ‘정뜨르비행장’이라는 시에서 하루에도 수백 차례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마다 “활주로 밑 어둠에 갇혀/ 몸 뒤척일 때마다 들려오는 뼈들의 아우성이 들린다”고 절규한 바 있다. 시인은 뭍으로 나가는 비행기를 이용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잠시 두 발 들어 올리는 것/ 눈 감고 잠든 척하며 창밖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역사가 남겨놓은 아픔을 삭인다. 천혜의 관광지 제주에 여행을 갈 때는 공항에 내리면서 한번쯤 옷깃을 여밀 일이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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