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고기국수

등록 2014-01-13 19:05

예전에는 잔치나 장례의식 때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돼지를 잡았다. 돼지를 ‘도새기’라 부르는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 음식 몸국과 고기국수는 잔치음식이었다. 몸국의 ‘몸’은 바닷가 바위틈에 사는 해조류의 하나인 ‘모자반’을 말한다. 톳하고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종류다. 몸국은 돼지 등뼈를 삶아 우린 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밤새 끓여 만든다. 메밀가루를 풀어 넣어 걸쭉한 맛이 나는데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내가 좋아하는 제주의 시인 정군칠 형이 세상을 뜨는 아침에 집에서 직접 끓여 왔다는 몸국이 나왔다. 장례식장에서 코를 박고 그 뜨끈한 슬픔을 퍼먹던 기억…….

돼지고기를 삶은 뽀얀 육수에 면을 말아 편육을 올린 국수가 고기국수다. 일본 라멘 육수에 비해 훨씬 담백한 편이다. 이때 면은 소면보다 굵은 중면을 쓴다. 비계가 적당히 붙어 있는 편육은 얇게 썰어 올리기 때문에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요즘은 술이 얼큰해진 술꾼들이 밤늦게 마지막으로 들러 한잔 더 하는 집이 고기국숫집이라 한다.

제주는 가히 국수 천국이라 할 만하다. 규모가 작지만 제주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한림의 ‘비타민국수’, 고기국수의 빨간 육수가 개운하다는 제주공항 끄트머리쯤의 ‘고르멍들으멍’, 그리고 꿩메밀국수가 일품이라는 동문시장 안의 오래된 집 ‘골목식당’ 등 섭렵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근래엔 멸치국수에다 돼지고기 편육을 얹은 고멸국수도 등장했다는데, 이건 또 어디를 찾아가서 맛을 봐야 하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