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우리말사전은 1938년 문세영이 펴낸 <조선어사전>이었다. 10만 개나 되는 어휘를 수록한 이 사전은 현대 국어사전의 할아버지다. 조선어학회는 1920년대 후반부터 일찌감치 사전 편찬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제의 감시와 탄압을 피해 사전 발간 자금을 모으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큰사전>을 1957년에나 발간할 수 있었다. 문세영보다 20년이 늦은 것.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에 보면 원광대 최경봉 교수가 쓴 글이 있다. ‘조선어사전 편찬에 인생을 건 최초의 우리말 사전 편찬자 문세영’이 그것. 이 글은 조선어학회와 문세영 사이에 벌어진 갈등과 오해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은 그저 개인적인 열정으로 만든 사전이 아니었다. 당시 조선어학회 간사로 있던 이윤재의 적지 않은 격려와 도움을 받았고, 조선어대사전 편찬 전임위원으로 일하던 한징도 교정 등을 도왔다. 무엇보다 문세영은 조선어학회가 정해 놓은 사전 편찬의 규범을 그대로 따랐다. 개인의 단독적인 작업과 단체의 집단적인 작업 사이에 절차와 속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다.
내 책꽂이에도 두꺼운 우리말사전이 여럿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사전을 뒤적이지 않는다. 사전을 넘기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일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것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검색창이다. 용례도 아주 풍부한 편이다. ‘즐겨찾기’ 목록 하나 추가해보시기를 권한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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