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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5·16도로

등록 2014-01-21 18:44

5·16도로는 한라산을 가로질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아름다운 도로다. 1930년대에 일제가 산림 수탈을 목적으로 만든 임도를 다시 넓히고 정비해 비포장 상태로 1963년 10월에 개통했다. 기공식 이후 1년 7개월이 걸렸다. 이 도로가 뚫리면서 제주에서 서귀포까지 5시간 30분이나 걸리던 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대폭 단축되었고,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는 본격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다. 관광버스를 타고 한라산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코스가 된 것이다. 해발 600미터 부근의 숲 터널은 지금도 원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경이롭고, 가끔 노루와 같은 야생동물도 만나게 되는 길이다. 백록담에 오르기 위해 들르는 성판악휴게소도 이 도로의 정점에 있다.

원래 이름인 ‘한라산 횡단도로’ 대신에 ‘5·16도로’로 굳어진 것은 5·16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한 속셈이 깔려 있다. 제주도민 사이에 도로 건설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박정희는 국가재건이라는 미명하에 사업을 밀어붙인 것이다. 당시 정부는 불량배, 노숙인, 주소지가 불분명한 사람들, 병역을 기피한 사람들을 전격 검거해 이 도로 건설에 강제로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노역에 동원된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주의로 무장한 군부세력의 폭력 앞에 이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인권’이라고는 입에서 꺼내지도 못했다. 아름다운 꽃에게도 소스라칠 만한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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