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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김남주

등록 2014-01-28 19:28수정 2014-01-28 19:33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그는 시인이었지만 스스로 ‘전사’라고 불러 달라 했다. 개인의 문학보다 세상의 혁명에 자신을 바치고자 했던 것이다. ‘남조선민족해방전선’ 활동으로 9년8개월 감옥의 독방에서 보냈다. 감옥에서는 담배를 싸는 은박지에 시를 써서 밖으로 내보냈다. 시가 세상을 바꾸는 변혁의 무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와 미국은 김남주하고 근원적으로 화해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불온하다고 손가락질을 했고 아예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동시대인들의 괴로운 자랑이고 쓰라린 자부심’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남주를 몇 번 만났다. 잠을 같이 잔 날도 있었다. 아침에 그는 감옥에서 하던 버릇대로 머리를 방바닥에 대고 꼿꼿하게 물구나무를 서곤 하였다. 서울이나 전주에서 술을 몇 번 마셨다. 술자리에서는 유행가를 잘 불렀다. 애창곡은 ‘에레나가 된 순이’였다. 김남주의 육성 시낭송을 들어본 사람들은 뜨거운 것이 울컥, 하고 심장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매우 격렬하지만 음악적이고, 선동적이지만 서정적이고, 전투적이지만 낙관적인 품격을 잃지 않는. 그가 육성으로 읽는 ‘조국은 하나다’는 마치 타오르는 노래 같다.

늦게 얻은 아들의 이름을 그는 ‘김토일’이라고 지었다. 노동하는 사람들이 금, 토, 일요일 쉬는 날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이름에 담았다. 토일이는 몇 살이 되었을까? 김남주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어느새 20년이 지났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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