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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갈매나무

등록 2014-02-03 19:05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백석이 1948년 남한 문단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시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다. 문학평론가 유종호가 ‘한국적 페시미즘의 절창’이라 했고, 김현이 ‘한국시가 낳은 가장 아름다운 시의 하나’라고 격찬한 작품이다.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시의 끝부분이다. 고독하고 괴로운 현실을 견디기 위해 눈을 맞고 선 갈매나무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시의 유장한 호흡은 ‘갈매나무’라는 정점에 이르러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갈매나무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갈매나무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많다. 백석의 시 덕분이다. 한 시인에 의해서, 그 시인의 시를 읽는 독자들에 의해서 그 정신의 높이가 고양된 나무가 갈매나무다. 그리하여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정신의 상징처럼 된 나무. 갈매나무를 처음 만난 것은 전북 무주 덕유산 국립공원 입구에서였다. 이름표를 단 키가 작은 갈매나무를 보았을 때 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시인들과 홍릉 수목원에 갔을 때 일행을 안내해준 나무박사님이 말했다. 결코 잘생긴 나무가 아닌데 일반인들이 자꾸 관심을 보이며 물어본다고. 강원도 태백의 금대봉을 오르면 만날 수 있다는데, 당나귀라도 한 필 사서 앞세우고 찾아가봐야지.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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