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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소리

등록 2014-02-09 18:26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저녁밥을 먹고 났더니 대나무 숲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집주인은 소리의 진원지 쪽으로 귀를 바짝 세웠다. 날은 어둑어둑해져 뒷산으로 올라가볼 수도 없었다. 우웩, 우웩, 우웩…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필시 무슨 가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터. 올무에 걸린 산짐승의 비명소리? 아니면 마을 사람 하나가 농약병을 들고 뒷산으로 올라가기라도? 집주인은 더럭 겁이 났다. 도시의 아파트와 고향집을 오가면서 산 지 10년,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방에 있던 부인을 불러 옆구리를 찔렀다. 바깥에 무슨 소리가 나는데 당신도 들리나 봐요. 시골생활이라면 손을 내두르던 아내였다. 귀를 기울이던 부인이 잠시 그 소리를 듣더니 무섭다며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참 난처한 일이었다. 산책을 나서려던 참이었는데 집주인은 한 발자국도 걸음을 뗄 수 없었다.

결국 가까운 지구대로 신고해 경찰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잠시 후에 순찰차가 전조등을 켜고 대문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동안에 그 이상한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장난전화를 한 아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경찰관 앞에서 우웩, 우웩 하는 소리를 흉내내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들 또래쯤 되는 젊은 경찰관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고라니네! 흉내 참 잘 내시네요. 요즘이 번식기여서 짝을 유혹할 때 내는 소리예요. 여기 사는 분이 아닌가 봐요?

고향집에서 타지 사람 취급을 받았다는 이종민 선생 이야기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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