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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과일군

등록 2014-03-02 18:48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북한의 황해남도에는 서해에 접해 있는 과일군이 있다. 1967년 송화군에서 떨어져 나온 과일군은 연평균 기온이 섭씨 10도 안팎이며 강수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다. 군 전체를 거대한 과수단지로 개발한 결과 농경지의 63%가 과수밭이라고 한다. 사과·배·복숭아·감·포도·살구 등의 과일 생산량이 북한에서 가장 많으며, 과수원의 길이는 40㎞에 달한다. 그래서 ‘백리 청춘 과원’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이 붙었다는 것. 과일통조림공장을 비롯해 과일을 가공하는 공장이 즐비한 과일군은 과일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과일읍에 군청이 있는 과일군은 온통 과일이다. 초등학교는 과일인민학교, 중학교는 과일중학교, 고등학교는 과일남자고등중학교, 전문대학은 과일기능대학, 대학은 과일대학이다. 병원은 과일군인민병원이다. 과일과 별로 상관없는 것들에도 과일군에서는 과일이 주렁주렁 열려 있을 것 같다.

평양시 력포(역포)구역 능금동에는 평양과수농장이 있다. 이름 그대로 사과나무밭이 많은 곳이다. 1952년 한국전쟁 중에 김일성이 전선을 시찰하고 돌아오면서 평양의 과일 공급 기지로 만들라고 교시했다는 곳이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에서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 2009년에 심어놓은 1만주의 사과나무가 올봄에도 꽃을 피울까. 나중에 제가 이 사과나무밭을 지키는 관리인으로 일할 것이니 아무도 이 자리를 노리지 말라고 하세요. 평양의 나이 드신 농업기술자에게 호언장담해 놓고 왔는데, 거길 가보지 못한 게 벌써 5년째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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