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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개불알풀꽃

등록 2014-03-11 19:02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3월 첫주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내는 과제가 있다. 허리를 낮추고 개불알풀꽃을 찾아봐라. 연보랏빛이거나 연분홍빛인 이 꽃을 찾아 휴대폰으로 촬영한 다음, 내 트위터로 보내라. 지천으로 피는 꽃이지만 새끼손톱보다 작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한다. 꽃이 피어도 꽃이 핀 줄 모르고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습관을 조금이라도 바로잡아주려는 의도는 대체로 잘 먹힌다.

학생들은 이 꽃의 이름 때문에 먼저 눈을 번쩍 뜬다. 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은 씨앗의 생김새가 개의 불알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실제로 꽃이 지고 나면 두 쪽의 동그란 씨앗이 하트 모양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나란히 붙어 줄기 끝에 맺힌다. 또 다른 견해도 있다. 작은 꽃잎에 난 줄무늬가 개의 불알에 난 줄무늬와 흡사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다. 결국 ‘개불알’ 근처를 떠나지 못한다. 어찌되었든 개불알풀은 일본말 ‘이누노후구리’(いぬのふぐり)의 직역이다. 우리 방언에서 온 말이 아닌 것이다. 이 풀은 일제강점기 동안에 한반도에 들어온 외래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개불알풀이 버젓이 ‘국명’으로 등재된 이유가 뭘까 궁금해진다. 한자 이름으로는 ‘지금’(地錦)이다. 땅에 비단처럼 낮게 깔려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것이다. 개불알풀꽃이 듣기 거북하니까 ‘봄까치꽃’으로 부르자는 사람들도 있다. 까치처럼 봄을 처음 물어다주는 꽃이란 뜻일까? 북한에서는 혐오감을 주는 식물 이름을 다 바꿨다는데, 뭐라고 부를까?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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