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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봄꽃

등록 2014-03-31 18:50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아침에 피었다가 낮이 되면 꽃잎을 닫아버리는 꽃이 있다. 여름에 피는 나팔꽃이 그렇다. 밤에 피었다가 아침이 되면 눈을 감고 자는 척하는 꽃도 있다. 달맞이꽃이 그렇다. 그런데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꽃잎을 열어 놓고 자신을 과시하는 꽃들이 있다. 봄꽃들이 대체로 그렇다. 그중에서 살구꽃이나 벚꽃은 대낮보다 오히려 밤에 자신의 존재를 더 드러낸다. 살구나무는 벚나무처럼 가로수로 줄지어 심는 경우가 드물다. 어느 집 마당 한쪽에 겨우 한 그루쯤 서 있을 뿐이다. 길을 더듬어 밤길을 걷다가 온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서 있는 살구나무를 한 그루 만났다고 생각해 봐라. 꽃잎 하나하나가 작은 전구알처럼 보일 것이다. 스스로 발전소인 동시에 스스로 커다란 전구가 되어 서 있는 살구나무 말이다.

올해에는 봄꽃들이 제멋대로 핀다. 매화가 피고 난 뒤에 살구꽃과 벚꽃이 피어야 하는데 꽃들이 그 순서를 잊어버리고 한꺼번에 핀다. 목포에서 피고 난 다음 한참 있다가 서울에서 피어야 할 벚꽃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꽃을 터뜨린다. 매화인가 싶었는데 다가가 보니 살구꽃이어서 낭패를 당한 적도 있다. 매화와 살구꽃은 구별하기가 꽤나 어렵다. 가장 큰 특징은 살구꽃의 꽃받침은 뒤로 발랑 젖혀져 있다는 것. 그러면 살구꽃과 벚꽃은 어떻게 구별할까? 살구나무는 나무껍질이 세로로 갈라져 있고, 벚나무는 가로로 자잘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꽃들에게 속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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