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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하섬

등록 2014-04-02 19:10

하섬은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에 딸린 자그마한 섬이다. 고사포해수욕장에서 1㎞쯤 떨어져 있는데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나지막한 나룻배 같다. 이곳은 바닷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어 걸어갈 수도 있다. 평소에는 보트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하섬을 한 바퀴 천천히 걸어서 도는 데 30분 정도가 걸린다. 소나무와 바위가 어울려 있는 바닷가의 오솔길은 숨겨두고 싶은 애인 같은 곳. 하루에도 몇 번을 걷고 싶은 길이다. 어느 해 여름, 서해로 떨어지는 해를 오래 바라보다가 시 한 편을 얻은 적도 있다. “네가 떠난 뒤에 바다는 눈이 퉁퉁 부어올랐다/ 해변의 나리꽃도 덩달아 눈자위가 붉어졌다/ 너를 잊으려고 나는 너의 사진을 자꾸 들여다보았다”.

하섬의 ‘하’는 새우처럼 생겼다고 해서 새우 ‘하’(鰕) 자를 쓰기도 하고 원불교에서는 연꽃을 뜻하는 ‘하’(荷) 자를 쓰기도 한다. 원불교 창시자인 대종사와 2대 교주인 정산종사가 연꽃 모양처럼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라고 부른 데서 비롯되었다. 하섬은 지금 원불교에서 성지로 지정하고 해상훈련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해방 후에 범산 이공전 선생의 주도하에 <원불교교전>을 비롯한 교서를 집필하고 편수한 곳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하섬을 들어가려면 원불교와의 인연을 통해야 한다. 여름철에 가는 것보다는 봄이나 가을에 들어가 보는 게 좋다. 아름다운 적막을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다친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싶다면 꼭 한 번 하섬을 가보시라.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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