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어느 날이었다. 완주 구이 작업실 방문을 열어놓고 마당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때 툇마루 위 처마 안쪽에 수상한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 때와는 다른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전깃줄에 놀러 온 새들이 똥을 싸는 통에 그걸 받으려고 골판지를 받쳐놓은 자리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의자를 놓고 올라가 보았다. 아이코! 어떤 새가 검불로 작은 둥지를 지어놓고 새끼들을 기르고 있었던 것이다. 대여섯개의 노란 부리가 약속한 듯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엄마 새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개나리꽃 같은 부리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새끼를 기르는 어미 새의 마음도 모르고 툇마루를 들락날락했기 때문에 새끼들이 굶어 죽어버린 것이다! 나는 죄 많은 인간이다! 그때야 나는 보았다. 딱새 두 마리가 마당의 나뭇가지들을 바쁘게 옮겨다니며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것을. 수컷은 가슴부터 배 아래쪽이 온통 붉은 갈색을 띠고 있었고, 암컷은 몸 전체가 회색빛이 도는 옅은 갈색을 띠고 있었다. 딱새가 분명했다. 나는 딱새의 육아를 두 시간 가까이 방해한 나쁜 인간이었다. 방문을 닫고 마당 한쪽으로 가만히 몸을 피했다. 지렁이를 입에 문 딱새 어미가 재빠르게 처마 안쪽으로 날아들어 갔다. 이어서 딱새 아비가 작은 벌레를 물고 뒤를 따랐다. 이들이 나 때문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생각해보니 작업실은 내 집이 아니었다. 그곳은 딱새네 집이었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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