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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고래

등록 2014-04-20 19:03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울산의 반구대 바위 속에는 고래들이 헤엄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의 종류가 북방긴수염고래, 귀신고래, 대왕고래, 혹등고래 등 11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동해에 그만큼 다양한 고래들이 서식했다는 뜻이다. 포유류인 고래의 뱃속에 아기 고래가 새겨져 있는 암각화가 있다. 그걸 볼 때마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상상력 앞에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은 고래를 잡으러 떠나자고 하지만 1986년 이후 상업용 고래 포획은 국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송창식이 1970년대 말에 노래 부르던 고래의 상징은 당연히 희망이거나 미래였다. 정치적으로 암흑의 시기에 희망을 찾고 싶었던 사람들이 그래서 이 노래를 목청껏 불렀던 것.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된 모습은 마치 거대한 고래 한 마리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광경을 침몰이 아니라 마악 물을 차고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고래의 항진으로 바꾸어 보고 싶었다. 살아 펄떡거리는 고래의 심장을 보고 싶었다. 희망을 보고 싶었다. 고래의 뱃속에서 숨을 쉬는 아기 고래들이 아직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포기하지 말자. 꼬리지느러미로 바다를 치는 고래여, 제발 눈 감지 말고 오래 숨을 쉬고 있어다오. 사랑해야 할 시간이 너무 많다. 고래여, 고래여, 제발 신화처럼 돌아와 다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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