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얼마 전부터 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이 땅 곳곳 옛길을 찾아 걷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덩달아 길에 이름을 붙이고 가꾸어 사람을 불러 모은다. 무엇보다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이 몰고 온 느림의 미학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야곱의 순례길인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과 일본의 구마노 옛길은 세계문화유산에 올라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역사적인 길이 있었다.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와 같이 한양을 중심으로 팔도로 뻗어 있는 길이 그것이다. 경북 문경의 옛길박물관 도록에서 옛길의 노선과 거리를 알려주는 도리표(道里表)와 정리표(程里表)를 본 적이 있다.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이 도표들은 오늘날의 내비게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옛사람들은 괴나리봇짐에 이 내비게이션 한 권씩을 넣고 다녔다고 한다.
옛길은 소금을 나르는 소금길이었다. 소금의 운송은 주로 강을 이용했다. 강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소금배가 닿는 곳이 달랐다.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경북 북부 산간지역은 낙동강 수로를 이용해 올라온 남해안의 소금과 한강 수로로 올라온 서해안 소금, 생산량이 적지만 동해안의 자염(煮鹽-바닷물을 달여 만든 소금)이 교차하는 곳이었다. 동해안 영덕에서 출발하는 안동의 간고등어 길이나 울진의 십이령, 영양의 외씨버선길은 예부터 소금의 육지 이동로였다. 옛길을 걷는다는 것은 먼 조상들의 생명을 이어주던 소금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는 뜻이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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