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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고등학생

등록 2014-04-30 19:00

열일곱살, 혹은 열여덟살쯤 되면 남자애들은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해지고, 여자애들은 머릿결의 윤기가 더욱 빛난다. 그 나이 때는 허공으로 축구공을 차올리면 하늘에 닿고, 발걸음을 내디디면 한걸음에 천 리도 갈 수 있다. 함성을 지르면 강물이 출렁이고, 그들이 설레는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은 늘 광채가 나서 눈부시다. 풀잎이 바람에 누웠다가 일어나도 까르르 웃음이 터지는 나이, 고등학생 때.

1960년 3월,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 얼굴에 최루탄이 박힌 채 발견된 시신이 있었다.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 항의시위에 참여했던 마산상고 학생 김주열이었다. 이 사건은 곧바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최인호는 서울고를 다닐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가작 입선해 소설가로 데뷔했고, 황석영은 경복고를 자퇴하고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입석부근’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렇게 그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이마가 푸르게 빛나고 심장이 붉게 뛰는 고등학생들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교실에 가둬두었다. 아직은 어려서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열심히 미래를 준비해야 할 나이라고, 순응과 복종이 미덕이라고 그럴듯하게 꼬드겨서 말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돌아앉아 세상을 망치는 일에 골몰하였다. 교실에 아이들을 가둬두는 것도 모자라 깊고 차가운 바닷속에 아이들을 가둬놓고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린 하느님들을 다 수장시켜 놓고.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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