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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오영재

등록 2014-05-06 19:17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2005년 7월20일, 남쪽의 작가들 100여명은 인천공항에서 북한의 고려항공에 몸을 실었다. 25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민족작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의 조선작가동맹 소속으로 홍명희의 손자인 소설가 홍석중, 경북 안동 출신의 소설가 남대현, 그리고 시인 오영재, 박세옥, 리호근, 장혜명 등이 북쪽 대표로 참석했다. 오영재 시인은 1935년 전남 장성 출생으로 한국전쟁 때 의용군에 입대하면서 월북했다. 북한에서 ‘김일성상’을 받은 계관시인으로 ‘노력영웅’ 칭호를 받은 적도 있었다. 2000년 8월15일에는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해 “늙지 마시라. 더 늙지 마시라. 어머니여.”라는 내용의 시를 낭송해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작가대회 내내 남쪽 작가들과 동행했던 오영재 시인은 이마에 서너 줄 굵은 주름이 패어 있었고, 얼굴이 구릿빛으로 검게 그을려 있었다.

“양강도 삼수군에 현지지도를 다녀왔어요.” “아, 삼수군……. 옛날에 백석 시인도 삼수갑산으로 현지 파견을 나갔었지요?” 그는 대답을 하는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백석 시인 이야기 좀 해주세요.” “……” 오영재는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그의 머리 위로도 세월이 눈발을 뿌리고 있었다. “백석 시인은 말년에 전원생활을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역시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오영재 시인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2011년 10월23일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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