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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도현의 발견] 봉황 문양

등록 2014-05-07 19:05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조지훈 시인의 ‘봉황수’(鳳凰愁)는 패망한 왕조의 궁궐에서 느끼는 슬픔을 노래한 시다. “큰 나라 섬기던 거미줄 친 옥좌(玉座)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는 표현이 있다. 주체성 없이 사대주의를 따르다가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을 비꼬는 것이다. 예부터 중국 황제의 상징은 여의주를 물고 있는 황룡이었고, 황후의 상징이 봉황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왕들은 중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용 대신에 봉황을 상징물로 택했다고 알려진다. 물론 전설에 등장하는 봉황도 훌륭한 상징물이다. 봉황은 천년에 한 번 열리는 대나무의 열매를 먹고 살 정도로 고결하며, 나라가 태평성대일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뒤에 봉황 문양이 대통령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황금빛 봉황 문양은 대통령의 이름으로 나가는 상장과 표창장, 기념품 등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대통령의 휘장, 집무실, 항공기, 차량도 항상 봉황으로 장식을 한다. 그리하여 이 나라에서 봉황은 이제 최고 권위의 상징물로 자리를 잡았다. 상서로운 봉황이 권위주의의 표상처럼 된 것이다. 다만 봉황 문양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없이 관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진정한 반성은 희망 없는 오늘을 새로운 내일로 데려가는 강력한 힘이 된다. 이제라도 대통령과 청와대 주변의 봉황 문양을 내리는 일을 심사숙고할 때다. 어린 초등학생도 가방에 봉황 문양 좀 붙이고 다니면 안 되나?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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