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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씬짜오’ 베트남 여성의 말걸기] 이주노동자 겨울나기 / 원옥금

등록 2016-11-09 18:25수정 2016-11-16 09:47

원옥금
재한베트남공동체 대표

점점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운 나라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인지, 이곳에 온 지 20년이 다 된 지금도 겨울은 제게 아주 힘든 계절입니다.

한국에 와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특히 농업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겨울은 정말 고역입니다. 아침부터 늦게까지 일을 하고도 다시 열악한 환경의 숙소에서 추위와 싸워야 하지요. 약간의 따듯한 물도 아쉬운 환경에서 겨울을 나야 합니다.

정식 건물로 된 숙소는 그나마 낫지만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로 만든 임시 건물에서 생활해야 하는 농업노동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2013년도 국가인권위원회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그 비율이 67.7%에 이른다고 합니다. 저도 여러 번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대부분 여러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숙소 출입문이나 샤워시설의 잠금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곳도 있고, 한 비닐하우스 안에 남녀 숙소가 같이 있어 특히 여성 노동자는 성폭력을 당할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고 실제로도 불행한 일이 발생한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화장실의 위생 상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곳도 많았습니다. 10곳 중 한곳은 난방 시설이 없고 온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숙소도 전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조사 결과에서 보면 13%의 노동자들은 숙소비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노동자들이 그런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아마 많은 분들은 상상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영세한 농업의 특성상 사업주들도 노동자들에게 좋은 숙소를 제공할 형편이 안 되는 곳이 많아 이렇게 방치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농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영세농장의 사업주에게 노동자 숙소 개선을 위한 투자를 바라기는 힘들겠지요. 제 생각에는 몇 개의 농장이 공동으로 숙소를 마련하는 해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5인 미만을 고용하는 농장이 대부분이라 단독으로 적절한 환경을 갖춘 숙소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지만 같은 지역에 있는 4~5개 농장이 함께 ‘지역 이주노동자 숙소’를 만들어 공동으로 운영하면 문제가 많이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용의 일부는 농촌지원 차원에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숙소가 개선되면 이주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에 시달린 몸을 편히 쉴 수 있고, 농장의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어서 좋을 것입니다.

이번 겨울에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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