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베트남교민회장 지난달 말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서를 채택하지 않은 채 끝났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자국에서 열리는 북한과 미국의 회담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한 베트남 국민들도 조금은 실망하는 분위기입니다. 평화로 가는 길이 쉽게 열리진 않겠지만 큰 방향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베트남도 미국과 다시 수교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여러 단계가 필요했으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미 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리면서 베트남은 세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과 전쟁을 한 나라,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 20년 만에 다시 수교를 하고 지금은 경제적으로 많은 발전을 한 나라에서 예전의 적국과 동맹국이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회담을 한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회담 과정에서 방송 화면에 보인 베트남의 모습은 베트남을 전쟁의 이미지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느새 베트남이 세계사의 무대가 되어 발전하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이번에 베트남이, 하노이가 회담 장소로 선택된 것은 여러 뜻이 있겠지만 베트남이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개방정책을 통해 경제발전에 들어선 것 때문에 북한이 베트남식 모델을 참고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던 해에 태어난 저는 미국의 베트남 봉쇄정책이 한창인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냈고 미국과 다시 수교하여 개방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베트남을 떠났습니다. 중학교에서는 러시아어를 배우고 고등학교에서는 영어를 배웠을 정도로 베트남이 변화하던 때였습니다. 베트남은 전쟁 이후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시행하다 한계에 부닥쳐 1986년부터 새롭게 바꾼다는 뜻의 ‘도이머이’ 정책을 도입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베트남이 본격적으로 경제발전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1994년 미국의 경제 봉쇄가 풀리고 수교를 한 이후입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는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경제발전도 기대하기가 힘든 현실이니 어쨌든 두 나라의 관계가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북한이 베트남식 개방 모델을 참고하면서 조금 더 나은 모델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에서 경제가 빨리 발전하면서 국민의 삶이 몰라보게 나아졌지만, 여러 문제도 생겼기 때문이죠.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가 커지고 부동산 가격도 폭등했습니다. 3년 전 ‘포모사’ 사건처럼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해졌습니다. 빨리 발전시키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거나 예상했어도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이 나중에 시작하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따른 문제들을 미리 대비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베트남과 달리 참고할 사례가 있으니까요. 조금은 천천히 가더라도 튼튼하게 경제를 발전시키고 경제발전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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