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베트남공동체 대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말은 한국 헌법에 나오는 말입니다. 저는 한국에 온 후 대학에서 법을 배웠고 여러번 선거에 참여하여 투표를 하기도 했지만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사실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이 말의 뜻을 현실에서 생생하게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한국에 살고 있는 많은 베트남 이주민들도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인 사건들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아니 생각하기 힘들었던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수많은 시민들이 광장과 거리에 모여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결국 법과 국민의 요구에 의하여 대통령이 파면되는 것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고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는 권력자라 하더라도 국민의 뜻을 어기면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한국 국민들이 질서 있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차분하지만 강력하게 할 말을 다 하는 것도 인상 깊은 일이었습니다. 저도 남편과 함께 주말 촛불시위에 몇 번 참가했는데 그때마다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주권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베트남 이주민들도 한국에서 국민 주권이 실현되는 과정을 꼼꼼히 지켜보고 토론하며 많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사실 베트남에 살 때 국민의 주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리기도 했지만 국민은 당연히 국가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지 국가 권력의 주인이라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도 않았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베트남과 한국은 정치체제가 크게 다릅니다. 베트남은 오랜 외세의 지배를 베트남의 방식으로 극복해 왔고 그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를 이루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나름대로 국가의 독립과 국민의 자유, 그리고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주체는 노동자, 농민, 지식인을 대표하는 공산당인 것이죠. 그렇지만 정치제도를 떠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은 공통적일 것입니다. 저는 이번에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 어떤 권리를 가졌고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하여 어떤 태도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한국 국민들로부터 생생하게 배웠습니다. 국민들의 올바른 주권의식이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일을 통해 한국이 더욱 좋은 나라가 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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