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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씬짜오’ 베트남 여성의 말걸기] 이주민에 의한 이주민 정책을 / 원옥금

등록 2018-06-27 18:26수정 2018-06-27 19:37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얼마 전 지방선거가 있었습니다. 저희 베트남 이주민, 특히 투표권이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은 지방선거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의무를 다하고, 이주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새 지방정부가 새 정책으로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들길 희망합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 다양한 출신 국가와 배경을 가진 이주민이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이주민 관련 법을 만들고, 다양한 정책도 시행해 다문화 사회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다(多)가치 마스터플랜(2014~2018)’을 수립하고 외국인 주민과 함께 만들고 누리는 다문화 도시 서울이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예산과 인력이 들어가는 일인데도 적극적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평가를 통해 점점 더 좋은 정책으로 다듬어지고 있어 감사합니다.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전혀 없어 개인적으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서울시만 해도 43개 외국인 지원시설을 통해 한국에 막 이주했을 때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관의 지원 내용이나 운영에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주민이 한국에 정착해 사는 기간이 길어지고 구성도 변하면서 조기 정착을 위한 지원에서 생애주기형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회성 행사보다 꾸준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지원기관의 운영도 제안합니다. 예컨대 결혼이주여성은 이주 초기가 지나면 대부분 직업을 찾고 일을 하기 때문에 평일에만 문을 여는 다문화가정 지원센터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센터가 주말에도 문을 열어 한국어를 배우고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이주 여성의 취업과 자녀 교육 문제를 지원하는 장기적인 정책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현재는 대부분 지원기관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상자를 모집하는 방식인데, 이제는 이주민 스스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이를 지원하는 식으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주민 참여를 늘리고 역량도 키울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센터, 글로벌빌리지센터, 외국인근로자센터, 다문화가정지원센터 등이 이주민만의 공간이 아니라 이주민과 선주민이 만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다문화의 가치를 키우고 갈등을 풀어나가는 중심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그동안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아직 이주민과 다문화에 대한 오해와 갈등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이는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시간을 갖고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이주민도 한국 사회와 문화를 존중하고, 혜택을 받는 입장에서 한국 사회에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성장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한국 사회가 조금만 더 이주민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습니다. 새 지자체들도 그렇게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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