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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민간 유인우주선 시대의 ‘패션 전쟁’ / 김은형

등록 2020-06-02 17:54수정 2020-06-03 02:40

민간 유인우주선 시대를 연 스페이스엑스의 크루드래건은 역사적인 발사 현장 못지않게 두 우주비행사의 우주복도 주목받았다. 언제나 독특한 헬멧을 쓰고 등장하는 세계적인 팝스타 듀오 다프트펑크 뮤직비디오나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디자인의 우주복은 우주여행이 더 이상 연구자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리는 선언과도 같았다.

2002년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우주복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2016년 우주복 디자인에 참여한 호세 페르난데스는 <엑스맨>, <어벤져스> 등 할리우드 에스에프영화의 의상 디자이너다. <뉴욕 타임스>가 인용한 인터뷰를 보면 머스크는 페르난데스에게 턱시도처럼 폼나는 우주복을 요구했다. 그가 완성한 디자인에 첨단 우주과학 기술이 들어가면서 바이크 재킷처럼 날씬했던 초기 디자인보다 품이 넉넉해지는 정도로만 변형됐다. 지금까지 오로지 기능을 위해 존재하던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우주복의 개념을 바꾼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스페이스엑스 같은 민간기업들이 유인우주선 프로젝트에 뛰어들며 우주복 경쟁도 불붙었다. 2017년 초 보잉사는 회사의 상징색인 푸른색을 헬멧부터 신발까지 쓴 ‘보잉 블루’를 선보였다. 기존 나사(NASA)의 선내 우주복인 주황색 펌킨 슈트보다 무게가 40%가량 줄고 날씬해진 몸피에 지퍼 달린 신발이 편의성과 심미성을 높였다.

머스크 못지않은 괴짜로 알려진 리처드 브랜슨이 소유한 버진갤럭틱도 지난해 우주복 패키지를 내놨다. 스포츠용품 업체 언더아머와 협업한 버진갤럭틱의 우주복 역시 <스타트렉>에 등장할 법한 날렵한 스타일을 자랑하면서 앞의 두 회사 우주복보다 훨씬 더 일상복에 가깝다. 버진갤럭틱이 단기 우주관광에 중점을 두면서 전문가가 아닌 여행자들의 탑승복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버진갤럭틱은 25만달러(약 3억원)짜리 1인용 티켓값에 우주복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모회사인 버진항공이 경영 위기에 빠지자 버진갤럭틱까지 흔들리며 이달로 예정됐던 첫 우주관광도 연기됐다. 그럼에도 ‘공항 패션’ 아닌 ‘우주 패션’이 시선을 모을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김은형 논설위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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