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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난지원금 기부 행렬, 연대와 상생의 불씨 되길

등록 2020-04-29 18:03수정 2020-04-30 02:08

지난 27일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중년 남성이 경남 거제시청 민원실에 현금 1000만원과 어려운 이들을 위해 돈을 사용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두고 갔다. 거제시 제공
지난 27일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중년 남성이 경남 거제시청 민원실에 현금 1000만원과 어려운 이들을 위해 돈을 사용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두고 갔다. 거제시 제공
코로나19에 대응한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지방정부에선, 기부하겠다는 주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 5월 지급 예정인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겠다는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힘든 때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여유 있는 이들이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한 연대와 상생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전체 계열사 임직원 중 지난해 기준 소득 5천만원 이상인 2700명가량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29일 밝혔다. 전 국민 대상의 긴급재난지원금은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원이 마련돼 다음달 15일 이전에 4인가구 기준 100만원씩 지급될 예정이다. 메리츠 쪽은 기부 참여 뒤 지원금을 필요로 하는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익명을 보장하고 해당 금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중앙임원 18명과 17개 시·도협의회 회장들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이미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던 터였다. 경기도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접수한 기부액은 27일 현재 2억9100만원(2737건)에 이른다.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부산 기장군을 비롯해 경기 수원시, 전북 장수군과 익산시 등에서도 주민들의 기부 움직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또 경남 거제시에선 27일 시청 민원실에 한 중년 남성이 나타나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종이봉투를 놓고 나간 일도 있었다. 봉투에는 ‘코로나 방역의 모범국이 된 우리나라의 국민이어서 무척 자랑스럽다’는 글귀로 시작하는 편지와 함께 현금 1천만원이 들어 있었다.

정부는 기부에 대해 세제상 혜택(15% 세액공제)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뜻있는 국민들이 쉽게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절차도 간편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익산시가 28일부터 콜센터(1577-0072)를 통해 전화 한 통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고용 유지와 실직자 지원에 쓸 계획인데, 효율적이고 투명한 집행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기부는 100% 자발성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강제성을 띠거나 ‘관 주도성 캠페인’으로 흘러서는 절대 안 된다. 대통령과 장차관이 기부한다고 해서 모든 공무원이 따라 나서는 식은 기부의 본뜻을 흐릴 뿐이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기부에 부담감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기부의 기본 취지가 재난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의 뜻을 모으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 신뢰 자본을 쌓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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