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월성원전 1호기 폐쇄 문제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내세우며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감사위원 후보가 ‘부동산 과다 보유’ 탓에 인사검증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사정을 잘 아는 한 여권의 관계자는 30일 “최 감사원장이 지난 4월 이준호 전 감사위원의 임기 만료로, 새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현직 사법부 인사가 최근 낙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인사가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과도한 부동산 자산 문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발표된 이 인사의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본인과 아내 명의로 서초구에 2채, 용산구에 1채, 인천 미추홀구와 연수구에 각각 1채 등 모두 5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의 아내는 서초구에 오피스텔 2채를 추가로 보유하고 있었다. 이 인사는 최 원장과 판사 시절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감사위원 공석 상태가 벌써 넉달째로 접어든 것은 최 원장이 감사원 독립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청와대가 적임자로 여기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원장이 내세운 인사가 기초적 인사검증도 통과하지 못하면서 감사위원 공석 상태는 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직무상 독립을 지키는 분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사 갈등이 불거진 배경엔 최 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폐쇄 등 ‘탈원전 정책’에 불편함을 드러내며 이를 시정하려 한 것도 한몫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가 영구정지에 앞서 2018년 6월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한수원이 7천억원 가까이 들여 개보수해 아무 문제 없는 원전을 ‘경제성이 없다’며 평가를 왜곡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 원장은 지난 4월 초 월성 1호기 감사 직권심리를 주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대선 지지율이 41%인데 국민 대다수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탈핵을 주장해온 환경시민단체들은 최 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거부할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헌법과 감사원법 등은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감사원과 청와대는 그동안 협의를 통해 적정 인사를 임명해왔다. 2018년 1월 취임한 최 원장도 월성 1호기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에 이뤄진 4명의 감사위원 임명은 기존 관행에 따라 큰 마찰 없이 마무리했다.
최 원장은 이번 사태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재산신고 내역만 살펴도 부적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인사를 추천했다는 것은 공직사회의 기강을 점검하는 감사원의 위상을 생각할 때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감사원이 새달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월성 1호기 감사 결과에서 한수원의 폐로 결정이 부적절했다는 결론을 내놓을 경우 갈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감사위원 후보에서 낙마했다고 지목된 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모르는 사안이다. 와전된 얘기 같다.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감사원은 “정식 제청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고, 최 원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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