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을 통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1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지율만 놓고 보면 ‘여권 1위 대선 주자’ 타이틀을 몇 달째 여유롭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 앞에 놓인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일단 정세균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점화한 단일화가 어디까지 확산될지가 변수다. 이낙연 전 대표 등 다른 대선 주자들이 힘을 보태며 ‘반이재명 구도’를 확고하게 구축할 경우 결선투표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오는 11일 후보를 6명으로 압축하는 1차 컷오프를 앞두고 이미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은 5일까지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하고 다른 주자들에게도 단일화의 문을 열어놓은 상태다. 두 사람은 ‘반이재명 전선’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단일화의 이유로 “도덕적 품격” “민주당의 정통성”을 갖춘 후보를 만드는 일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비주류’에 욕설 논란에 휩싸였던 이 지사를 겨냥하는 듯한 표현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라면 어디서나 뜻을 함께 모을 수 있다. 저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라며 단일화 논의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9월5일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같은 달 10일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하기로 한 만큼 물밑 단일화 논의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 전 총리가 지난달 30일 “1차 경선 끝나면 다시 서로 힘을 합칠 수 있고, (단일화) 길이 많이 열려 있다. 경선 드라마가 그래서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취지다. 본경선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며 확고한 본선 경쟁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반이재명 정서가 커질 수 있다. 이 지사 쪽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몸을 바짝 낮출 예정이다. 이 지사 쪽은 “경선 과정에서 ‘반이재명 연대’ 논란에 참전하지 않고, 최대한 상대 후보를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성 검증도 남아 있다. 이 지사 쪽은 욕설 논란, 여배우 스캔들 등은 과거 2017년 대선 경선 때 이미 제기됐던 문제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지만, 이번엔 여권 1위 주자로서 검증 강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보수 진영이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경우 돌파가 간단치 않다. 과거 이회창 전 총리의 아들 병역 문제는 1997년 대선 때 검증을 거쳤지만 2002년 대선에서도 패인으로 작용했다.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도 양날의 칼이다. 확실한 정책 비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대선을 달굴 핵심 의제인 동시에, 정책 검증 과정에서 복병이 될 수 있다. 이미 국민의힘에선 경제 전문가인 윤희숙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기본소득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기본소득 외에 기본대출, 기본주택 등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는 국민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것을 넘어 현실성·타당성 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앞두고 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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