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100…정 의장·박 대표 ‘대구행’
지방선거 D-100… 정 의장·박 대표 ‘대구행’
“지지율 반전 위기이자 기회”
한나라 “첫 걸음부터 상극” ‘지방선거 100일 앞’, ‘전쟁’은 시작됐다. 이번 지방선거를 지지율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열린우리당과, 정권 교체의 관문으로 여기는 한나라당의 대결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그 싸움의 전면에 지난 18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새 얼굴로 선출된 정동영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섰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에 2007년 대선가도의 명운이 달렸다. 지지율 선두다툼을 벌이면서도 지방선거 승패와 한걸음 떨어져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고건 전 총리와는 처지가 다르다. 정 의장이든 박 대표든 이번 싸움에서 패배한 사람은 대선주자군에서 탈락할 위기를 맞게 된다. 반면, 두 사람 모두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온 저력이 있다. 두 사람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정동영 의장은 취임 뒤 첫 행선지로 19일 대구를 선택했다. 의미심장한 행보다. 정 의장은 이날 대구 현대공원 묘지에 들러 인혁당 희생자 묘소에 참배하고 유가족들을 만났다. 대구는 한나라당의 아성이자 박근혜 대표의 정치적 근거지이며, 인혁당 사건은 박 대표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체제의 잔혹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대구로 간 정의장, “한나라는 공공의 적” 날선 공격
정 의장은 이날 인혁당 희생자 가족들과의 간담회에서 “묵념하며 희생자들에게 대한민국은 뭐고 박정희는 누구였는가를 생각했다”며 “불안한 침묵의 시대, 슬픈 과거의 역사를 밝히는 것은 우리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은 열린우리당에는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이겨본 적이 없다. 지지율이 상승하다가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면 영락없이 무너져내렸다. 그런 대구에서 정 의장과 새 지도부는 이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대구돌파선언’을 했다. 정 의장의 이날 대구 방문은 분명 박 대표를 겨냥한 일종의 ‘선전포고’다. 취임 이후 첫 행선지로 광주를 가자는 얘기도 나왔으나 정 의장 본인이 대구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의 대통령 선호도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 안팎에 불과하다. 통일부 장관으로 일하며 행정부 경력까지 쌓은 그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의 의장으로 선출된 그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절호의 기회다. 괜찮은 성적을 거두면 당과 자신의 지지율을 동반 상승시키면서 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 하지만 참패하면 여권의 대선주자 반열에서 영영 탈락해버릴 위험이 있다. 더욱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권이고, 아직까지 승리 전망은 밝지 않다. 정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에 ‘올인’하듯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의 취임 일성은 ‘비리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이었다. ‘상생’ 운운하는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지난 18일 의장직 수락연설에서 그는 “인사비리, 개발비리, 토착비리로 병든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교체하는 것이 5·31 지방선거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19일 대구에서도 “지방권력의 85%를 독점해 온 한나라당은 공공의 적”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박대표쪽, ‘양자대결’ 피하기 “과녁은 노대통령” 무시전략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지지율을 추월당한 터에 지방선거에서마저 타격을 입는다면 설 곳이 없다. 김재원 한나라당 기획위원장은 “박 대표로서도 이번이 마지막으로 치르는 전국적 대형 선거”라며 “이번에 대표로서 역량을 발휘해야만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당 지지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고, 아직까지는 선거 전망도 밝은 편이다. 무엇보다 박 대표 자신이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치적 주가를 올려왔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박 대표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사무총장이 본부장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가 전면에 나서 전국 유세를 다니며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동영 열린우리당의 거친 공세에 박 대표 쪽도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다.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정 의장이 대구에 가서 인혁당 얘기를 꺼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라며 “취임 이후 첫 행보를 상생이 아니라 상극으로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표가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 당일인 지난 18일 예고 없이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북 구미시 상모동 생가를 찾은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의 생가 방문은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박 대표가 여당의 새로운 지도부 등장 시점에 맞춰 지방선거에 임하는 나름의 각오를 다지려 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 박 대표 쪽은 정동영 의장의 날선 공격에 일단 ‘무시전략’으로 대응하려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겨냥하는 과녁은 정동영 의장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한나라당으로선 ‘정동영-박근혜’보다는 ‘노무현-박근혜’의 대결 구도로 가는 것이 유리하고 편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전략과도 직결돼 있다. 열린우리당의 ‘지방권력 심판론’에 맞서는 카드가 ‘노무현 정권 심판론’이므로 정 의장과의 대결구도로 갈 경우 전선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어차피 ‘정동영-박근혜’ 대결구도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선거를 진두에서 지휘하는 두 사람에게 언론의 초점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장이 초장부터 대구에 내려가 박근혜 대표의 신경을 자극한 것도 이런 대결구도를 조기에 점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임석규, 대구/이태희 성연철 기자 sky@hani.co.kr
한나라 “첫 걸음부터 상극” ‘지방선거 100일 앞’, ‘전쟁’은 시작됐다. 이번 지방선거를 지지율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열린우리당과, 정권 교체의 관문으로 여기는 한나라당의 대결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그 싸움의 전면에 지난 18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새 얼굴로 선출된 정동영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섰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에 2007년 대선가도의 명운이 달렸다. 지지율 선두다툼을 벌이면서도 지방선거 승패와 한걸음 떨어져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고건 전 총리와는 처지가 다르다. 정 의장이든 박 대표든 이번 싸움에서 패배한 사람은 대선주자군에서 탈락할 위기를 맞게 된다. 반면, 두 사람 모두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온 저력이 있다. 두 사람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정동영 의장은 취임 뒤 첫 행선지로 19일 대구를 선택했다. 의미심장한 행보다. 정 의장은 이날 대구 현대공원 묘지에 들러 인혁당 희생자 묘소에 참배하고 유가족들을 만났다. 대구는 한나라당의 아성이자 박근혜 대표의 정치적 근거지이며, 인혁당 사건은 박 대표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체제의 잔혹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19일 경북 칠곡 현대공원묘지에서 인혁당 사건 관련 희생자 묘소를 참배한 뒤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왼쪽 사진) 대구/연합뉴스
대구로 간 정의장, “한나라는 공공의 적” 날선 공격
정 의장은 이날 인혁당 희생자 가족들과의 간담회에서 “묵념하며 희생자들에게 대한민국은 뭐고 박정희는 누구였는가를 생각했다”며 “불안한 침묵의 시대, 슬픈 과거의 역사를 밝히는 것은 우리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은 열린우리당에는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이겨본 적이 없다. 지지율이 상승하다가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면 영락없이 무너져내렸다. 그런 대구에서 정 의장과 새 지도부는 이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대구돌파선언’을 했다. 정 의장의 이날 대구 방문은 분명 박 대표를 겨냥한 일종의 ‘선전포고’다. 취임 이후 첫 행선지로 광주를 가자는 얘기도 나왔으나 정 의장 본인이 대구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의 대통령 선호도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 안팎에 불과하다. 통일부 장관으로 일하며 행정부 경력까지 쌓은 그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의 의장으로 선출된 그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절호의 기회다. 괜찮은 성적을 거두면 당과 자신의 지지율을 동반 상승시키면서 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 하지만 참패하면 여권의 대선주자 반열에서 영영 탈락해버릴 위험이 있다. 더욱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권이고, 아직까지 승리 전망은 밝지 않다. 정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에 ‘올인’하듯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의 취임 일성은 ‘비리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이었다. ‘상생’ 운운하는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지난 18일 의장직 수락연설에서 그는 “인사비리, 개발비리, 토착비리로 병든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교체하는 것이 5·31 지방선거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19일 대구에서도 “지방권력의 85%를 독점해 온 한나라당은 공공의 적”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박대표쪽, ‘양자대결’ 피하기 “과녁은 노대통령” 무시전략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지지율을 추월당한 터에 지방선거에서마저 타격을 입는다면 설 곳이 없다. 김재원 한나라당 기획위원장은 “박 대표로서도 이번이 마지막으로 치르는 전국적 대형 선거”라며 “이번에 대표로서 역량을 발휘해야만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당 지지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고, 아직까지는 선거 전망도 밝은 편이다. 무엇보다 박 대표 자신이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치적 주가를 올려왔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박 대표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사무총장이 본부장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가 전면에 나서 전국 유세를 다니며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동영 열린우리당의 거친 공세에 박 대표 쪽도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다.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정 의장이 대구에 가서 인혁당 얘기를 꺼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라며 “취임 이후 첫 행보를 상생이 아니라 상극으로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표가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 당일인 지난 18일 예고 없이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북 구미시 상모동 생가를 찾은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의 생가 방문은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박 대표가 여당의 새로운 지도부 등장 시점에 맞춰 지방선거에 임하는 나름의 각오를 다지려 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 박 대표 쪽은 정동영 의장의 날선 공격에 일단 ‘무시전략’으로 대응하려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겨냥하는 과녁은 정동영 의장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한나라당으로선 ‘정동영-박근혜’보다는 ‘노무현-박근혜’의 대결 구도로 가는 것이 유리하고 편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전략과도 직결돼 있다. 열린우리당의 ‘지방권력 심판론’에 맞서는 카드가 ‘노무현 정권 심판론’이므로 정 의장과의 대결구도로 갈 경우 전선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어차피 ‘정동영-박근혜’ 대결구도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선거를 진두에서 지휘하는 두 사람에게 언론의 초점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장이 초장부터 대구에 내려가 박근혜 대표의 신경을 자극한 것도 이런 대결구도를 조기에 점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임석규, 대구/이태희 성연철 기자 sk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