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통합’ 대답없는 당신…이럴 바엔 확실히 선긋자?
15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 4명의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들이 섰다. 우원식·김현미·최재성·이기우 의원으로, 당내 다양한 세력을 아우르는 얼굴들이다. “5·31 지방선거의 역사적 과제를 외면한 채, 자신의 대권욕에만 천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어떤 연대도 통합도 있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고건씨가 반한나라, 반수구연합 전선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이들은 고건 전 총리의 행보를 ‘줄타기’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은 모두 27명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고 전 총리를 2차례나 ‘고건씨’로 지칭했다. 성명서 문구마다 고 전 총리에 대한 불신과 원망도 뚝뚝 묻어났다. 불과 사흘 전인 12일까지도 고 전 총리를 5·31 지방선거의 전략적 연대대상으로 설정하고, 만나달라고 호소했던 열린우리당이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사연은 무엇일까. 정 의장을 보좌해온 한 의원은 “정 의장이 지난 12일 고 전 총리와 만나 대북관, 시대인식 등에서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체성이 서로 달랐다는 것이다. 이들은 12일 회동에서 고 전 총리가 “지난해 북한 외무성이 핵 보유 선언을 했을 때 우리 정부가 강력히 경고했어야 한다”고 말한 대목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회동 뒤 열린우리당 몇몇 의원들은 “고 전 총리의 대북관이 미국 네오콘들과 유사한 극우보수에 가깝다”고 비판한 바 있다. 초선 의원들은 고 전 총리의 이념적 보수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동영 의장의 ‘고건 털어내기’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5·31 지방선거 전략 차원에서라도 고 전 총리 문제를 정리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아니냐는 얘기다. 당내 전략가들은 그동안 “정 의장과 지지기반이 같은 고건 전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이상, 정 의장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 의장이 상승하려면 고 전 총리와 결별이 불가피하다”고 말해왔다. 어차피 둘 중 한 명은 고꾸라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인식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열린 당의 지방선거기획단 회의에선 고 전 총리를 넘어서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며 “고 전 총리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드러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 의원이 전했다. 기획단의 결정에 따라 최재성 의원 등 몇몇 초선들이 밤새 성명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날 성명에 동참한 한 의원도 “한나라당까지 연대대상으로 설정하고, 지방선거에서 ‘국외자’로 남아있으려는 고 전 총리의 태도는 지방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이 망하면 날로 먹거나, 한나라당이 대선후보로 옹립하면 그쪽에 가겠다는 전략”이라며 “차라리 연대를 거부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최고위원의 태도 변화도 관심을 끈다. 그동안 고 전 총리를 범민주세력 대연합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지난 2월8일에는 고 전 총리를 직접 찾아가 동참을 호소했던 그는 이번 성명에 대해 침묵했다. 대신 김 최고위원을 지지해온 우원식, 이기우, 이목희, 이인영 의원 등이 대거 성명에 참여했다. 김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초선들이 고 전 총리에게 참여정부 초대총리로서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하는 것을 ‘하라 말라’고 간섭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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