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여 온 한나라당 의원들이 16일 오후 농성장에서 연 의원총회에서 김형오 원내대표(왼쪽 두번째)로부터 양당 원내대표 회담 결과를 보고 받은 뒤 농성을 풀고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우, 뒷담화 시끌 ‘전 후보 자진사퇴 밀약’ 의혹 제기
한, 회심의 미소 ‘여당이 자진사퇴 유도’ 기정사실화
한, 회심의 미소 ‘여당이 자진사퇴 유도’ 기정사실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준 문제를 둘러싸고 파행을 빚었던 국회가 16일 정상화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원내대표 회담을 열고, 전 후보자 인준 표결을 오는 30일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3일 동안의 본회의장 농성을 풀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합의내용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오면서 당청간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 국회 정상화=여야는 원내대표 회담에서 “헌법재판소장(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29일까지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인준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표결에 부담을 느낀 열린우리당과, 본회의장 점거 장기화가 부담스러운 한나라당의 속내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두 당은 국방개혁법은 30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다음달 9일까지 처리하기로 했다. 법사위에 발 묶여 있는 법안들도 30일 본회의에서 최대한 처리하기로 했다. ◇ 여당은 후유증, 한나라당은 미소=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국회 정상화를 통해 민생을 돌보자는 차원에서 이뤄진 정치적 대타협”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당 분위기는 잔뜩 가라 앉았다. “합의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 말고 뭐가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전효숙 후보자 인준안 처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데 매우 미흡했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은 “한나라당이 결재해주지 않으면 법안 처리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김한길 원내대표가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염두에 두고 이런 합의를 해준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전 후보자가 알아서 물러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며 “한나라당과 싸워보지도 않고 전 후보자를 쫓겨 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나 대통령의 지명 철회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요구한 절차를 다 밟아줬는데도 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집권여당 안에서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 얘기가 나오는 건 지나친 패배주의”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핵심당직자는 “전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 완강하다”며 “한나라당과 정치적으로 타협할 시간을 더 갖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아예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여야 합의안에 ‘전효숙’이라고 명시하지 않은 채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라고 표현한 걸 두고 “결국 여당이 전 후보자를 자진 사퇴시킨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생각해보라”며 은근히 그런 쪽으로의 해석을 유도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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